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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삼신할머니”

세상의 아이들은 삼신 할머니가 지켜준다던 동네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세상은 위험 천만한 곳이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맑고 티없이 자랄 수 있는 것은 바로 아이를 점지하고 아이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세 할머니, 삼신 할머니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지난 여름 저는 인천성모병원에서 바로 이 삼신 할머니, 아니 삼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느 여름 날씨처럼 푹푹 찌는 8월, 저의 딸 윤서는 화천으로 수련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 혼자 수련회를 보낸다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같이 여행 한 번 다니지 않은, 그래서 특별한 추억 하나 만들어 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허락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아이를 보낸 오후, 다급한 전화가 날아 들었습니다. 화천의 멋진 자연을 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어야 할 윤서가 춘천의 한 군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없더군요. 말 그대로 청천벽력, 떨리는 마음에 운전할 힘조차 없어 동생을 불러 함께 춘천을 향했습니다. 마치 제가 사고현장으로 내몬 것 같은 후회와 죄책감이 아이를 보러 가는 길 내내 밀려들었습니다. 춘천으로 가는 2시간 남짓의 그 짧은 시간이 정말이지 멀고 먼 삼만 리 길처럼 느껴졌고, 떨려오는 가슴을 어떻게 진정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춘천의 군 병원에 도착한 저의 눈에 침상에 누워있는 윤서가 들어왔습니다.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옷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마에 난 깊은 상처가 안 그래도 겁에 질려 있는 아이를 더욱 더 하얗게 질리도록 만들더군요. 아이의 얼굴이 안쓰러워 애써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아이의 사고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이가 놀러 간 화천의 교회는 3층으로 전층 모두 나무로 만든 목재 집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허술한 집 구석구석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곳이었고 아이들끼리 넒은 교회 안을 뛰어 놀다가 한 아이가 윤서를 밀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바로 앞에 뾰쪽한 나무가 윤서의 이마를 뚫고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뼈를 싸고 있는 막까지 뚫고 들어온 깊이 상처. 응급처치 후 이마를 꿰매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려야만 했습니다. 혹시 뇌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말에 CT촬영을 해보았지만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 병원 의사선생님께서 상처 감염의 염려가 크고 상처의 부위가 부어 오를 수 있는 파상풍의 위험이 있다며 집 근처의 인천성모병원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어 보였습니다. 오후에는 직장을 가야했던 저는 인천성모병원에 가기에 앞서 가까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글쎄 가벼운 상처를 가지고 이리저리 병원을 다녀볼 필요가 없다며 퉁명스럽게 얘기하더군요. 상처가 보기 싫으면 성형외과로나 가보는 게 더 빠를 것이라면서요. 아이의 감염이 걱정되었던 터였는데 병원의 무성의한 치료와 답변에 저는 너무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래 병원이라는 곳이 다 그런 곳이지, 언제나 딱딱하고 퉁명스럽고 의사들은 자기가 최고인줄 아는지 거들먹거리기만 하고······

하지만 역시 인천성모병원은 달랐습니다. 춘천의 군병원에서 추천해 준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접수 창구에서부터 아이의 상처를 보며 신경외과쪽으로 진료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친절히 말씀해 주더군요. 뿐만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진료를 맞으신 장경술 선생님께서는 시원시원히 윤서의 상태에 대해 쉽게 얘기해 주셨습니다.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흉이 질까 걱정을 하는 저에게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성형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겠다고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아이의 상처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는 확신을 주는 장경술 선생님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사고는 모두 저의 잘못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지요.

저는 그렇게 우리 아이를 지켜주는 삼신 할머니, 아니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봐왔던 의사들은 모두 불친절하기만 했지요. 그러나 삼신 할아버지 장경술 선생님을 만난 뒤로 세상에는 친절하고 환자를 먼저 챙기는 의사 선생님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지고요, 병원이라는 낯설고 딱딱한 곳에 들어오는 환자를 당황케 하지 않고 도와주시는 봉사자분들, 초조해하며 진찰을 기다리는 동안 예쁜 미소와 친철한 안내로 힘을 주는 간호사분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대해 명확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시는 의사선생님, 이 분들 모두가 바로 저희 아이를 지켜주는 우리 시대의 삼신 할머님들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 모여 있는 인천성모병원이 바로 우리 시대 최고의 병원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장경술 선생님, 그리고 인천성모병원의 모든 삼신 할머니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글. 임현진(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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