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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수기

“죽음을 이긴 믿음과 사랑 ”

사랑하는 당신, 오늘은 눈이 참 소복이 내렸습니다. 하얀 눈을 보며 용기를 내어서 조금은 쑥스럽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당신에게 해보기로 했답니다.
여보, 눈이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함께 같은 하늘 아래서 저리도 맑고 고운 순백의 눈을 보고 있다는 그 사실에 감사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저는 생각해봅니다.

끔찍한 사고와 죽음을 준비해야만 했던 시간
사랑하는 당신. 그래요, 어쩌면 남은 하루도 당신과 제게 힘들고 어려운 고통의 나날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2007년의 그날처럼 끔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다가 그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당신은 기억하기도 싫다면 고개를 흔듭니다.
하긴 저도 마찬가지에요. 정말이지 열심히 살았던 당신에게, 남들 보다 일찍 일어나고 남들 보다 늦게 주무시면서도 불평 한 번 늘어놓지 않고 평생을 살았던 당신에게 그렇게 끔찍한 일이 있을 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다들 죽는다고 했어요. 심지어는 당신을 응급실에서 조차 당신의 죽음을 준비하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때, 당신은 공금횡령이 발각된 회사 직원이 내리친 망치에 머리가 깨어지는 상처를 입었지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꿈꾸던 미래도, 희망도, 사랑도 그렇게 한 순간에 사라졌고 모든 것이 암흑 속에 묻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죽음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며 병원을 찾아와 저를 위로하고는 했지요. 그것은 남겨진 사람에 대한 위로였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당신의 죽음을 준비했던 거였지요.

죽음 앞에서 만난 구원, 인천성모병원과 장경술 선생님
그때, 구원처럼 장경술 선생님을 만났지요. 모두들 당신의 죽음을 준비하라고 했을 때 장경술 선생님만은 희망을 가지라고 해주었습니다.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선생님은 걱정 말라고 꼭 살려내겠다고 말해주었어요. 그건 죽음을 이기는 믿음과 사랑의 의학이었습니다. 비록 그런 말들이 저를 위로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해도 저는 선생님의 말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고요.
그 희망은 기적처럼 당신의 생명을 살려놓았지요. 여보, 고백하지만 처음에는 장경술 선생님을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당신에게 참으로 미안한 말인지 알지만 당신이 수술로 겨우 목숨의 끈을 이었을 때, 한 때는 진짜로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살려낸 장경술 선생님을 붙잡고 소리 지르고 울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 번의 수술로 당신의 모습이 지금처럼 좋아지면서 저는 선생님을 원망했던 시간들이 마냥 부끄럽기만 합니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건 바로 수술 후 재활치료를 하면서 차츰차츰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당신을 보면서 다시 우리가 함께할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에요.

다시 또 찾아오는 봄처럼 새롭게 펼쳐진 제 2의 인생
마치 죽어있는 인형처럼 아무런 표정도 없이 멍하던 당신의 얼굴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걷고 말하고 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없는 당신을 보며 우리가 살아갈 날들이 저 눈으로 하얗게 변한 세상처럼 새롭게 펼쳐진 제 2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내리는 눈이 녹고 봄이 오면 당신은 더욱 더 건강해지겠지요. 봄이 오고 노란 개나리가 피면 우리 손 꼭 잡고 장경술 선생님을 찾아뵙도록 해요. 여보, 다시 살아줘서 정말이지 고마워요. 이제 우리 더욱 더 행복한 날들을 살아가기로 해요. 사랑해요.

글. 박인숙(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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